봉효진이 정자로 왔을 때 먼저 자리해있던 몇몇 여인들은 잡담을 나누다가 봉효진이 오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입을 닫고서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 그들 중 누구도 봉효진과 같이 있는 일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자는 순식간에 비워졌고 오직 봉효진과 한 소녀만이 정자에 남아 느긋하게 차를 즐겼다. 그 소녀는 보랏빛의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는 단정히 말아 올렸고 목에는 마노로 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해 진주로 만들어진 귀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간단한 치장이었음에도 굉장히 고귀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