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댁은 서늘한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허리를 곧게 폈다. 강녕 제후 부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먼저 어머님이 요구하신 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봉효진을 출정시키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다만 봉태우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그것도 무조건 선빈 사람의 손에 죽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효진이는 부군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자진 출정하겠다고 할 것이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겠지요. 제가 원하는 것도 아주 간단합니다. 첫 번째로 봉민이 선빈에 발을 들이는 순간, 어머님은 반드시 그의 왼팔과 왼 다리를 잘라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 문석이가 선빈의 계략을 알게 된 후 용맹하게 나서 십여 명의 선빈 사람을 죽이고 남은 사람들도 뿔뿔이 도망치게 했다고 변경에 소문을 퍼뜨려야 합니다. 저도 변경에 첩자를 심어 접선하게 할 테니 전선을 다 배치한 후 문석이더러 경성에 돌아와 이 소식을 전하고 큰 공을 세우도록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