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발칵 뒤집힌 이화원
장 어멈은 얼굴이 심각하게 부어올랐고 입과 코 주변에 핏자국이 졌다. 그녀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봉효진을 노려보았다.
“너무 들뜨지 마세요, 마님께서 절대 아씨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때 검둥이가 갑자기 봉효진 품에서 뛰쳐나오더니 장 어멈의 몸에 덥석 달려들어 그녀의 코를 한입 물었다.
“사람 살려...”
장 어멈의 처절한 외침이 국공 저택을 뒤흔들었다. 그녀의 비명에 허겁지겁 달려온 집사와 호위무사는 기둥에 묶인 장 어멈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얼굴은 피투성이로 되었고 바닥은 선홍빛 피로 물들었다.
한편, 셋째 아씨는 한기를 내뿜으며 옆에 서 있었는데 그녀의 두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셋째 아씨,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옵니까?”
집사가 앞으로 나서며 질문을 건넸다.
“마님에게 알리세요, 어서요!”
장 어멈은 정처 없이 울부짖었고 눈물과 핏물이 뒤섞여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호위무사 한 명이 재빨리 몸을 돌리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봉효진은 여전히 품에 안긴 검둥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집사는 검둥이를 자세히 관찰하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상에, 강아지가 아니라 늑대였어요!”
새까만 털을 지닌 늑대는 아주 드물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우 사나웠다. 국공 저택의 셋째 아씨가 늑대 한 마리를 키우다니, 집사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봉효진은 의자를 끌고 와 복도에 앉아서 음흉한 눈빛으로 집사를 바라보았다.
그 바람에 집사는 돌연 몸이 굳어버렸고 보다 못한 호위무사가 앞으로 다가가 장 어멈을 풀어주려 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장 어멈은 마님이 보낸 사람이었고 그녀가 아무리 기고만장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마님 주변 사람이라 홀대할 수는 없었다.
봉효진은 손에 쥔 채찍을 휘둘렀고 질풍 소리와 함께 호위무사의 팔뚝을 후려쳤다. 청아한 채찍 소리에 호위무사는 괴로운 듯 움츠러들었고 채찍 끝이 그의 얼굴을 스치자 기다란 핏자국이 졌다.
“누가 감히 장 어멈을 풀어주는 거야?”
봉효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집사가 황급히 앞으로 다가갔다.
“셋째 아씨, 장 어멈의 상처가 너무 심각하옵니다.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을 것 같은데, 마님께서는 늘 항상 인자하시고...”
봉효진은 냉정하게 그의 말을 가로챘다.
“부인은 인자하지만 나는 아니야. 누가 감히 장 어멈을 풀어주기만 해봐! 그 인간을 대신 기둥에 묶어둘 테니까!”
집사는 험악한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놀란 게 아니라 속으로 은근히 의심스러웠다.
‘셋째 아씨가 진짜 무술을 할 줄 안다는 말이야? 전에는 그저 마을 사람들이 허풍을 친다고만 여겼는데.’
사실 그녀는 이곳에 돌아온 지 이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고 바보처럼 남들에게 당하기만 했다.
장 어멈은 괴로운 신음과 함께 집사를 바라보며 쉰 소리로 말했다.
“어서 가서 아침상을 치우세요!”
집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 집안에 놓인 아침상을 바라보았다.
“셋째 아씨, 소인이 얼른 치워드리겠사옵니다.”
그는 속으로 장 어멈을 한없이 원망했다.
‘장 어멈은 대체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감히 독을 타다니! 어젯밤에 국공 어르신께서 금방 마님을 한바탕 질책했는데, 지금 이건 죽으려고 환장하는 거잖아!’
“어서 들어가거라!”
봉효진은 채찍을 휘두르며 냉소를 지었다.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면 얼른 들어가란 말이다.”
집사는 그녀의 채찍이 두려워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인은 들어가지 않겠사옵니다.”
그는 몸을 돌리고 호위무사들에게 얼른 뛰쳐들어가서 음식을 버리라고 눈치 줬다.
봉효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미리 경고하는데 잠자코 있는 게 좋을 거다. 뭣 하러 육체적인 고통을 맛보려고 아득바득하는 거냐? 지금은 너희들이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일단 엮이게 된다면 너희들도 금세 일당이 되는 거야.”
집사는 담담하게 웃었다.
“셋째 아씨,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국공 저택에 일당이 어디 있다고 그러시옵니까? 전부 국공 어르신과 마님을 모시는 사람들뿐이옵니다.”
국공 어르신은 일을 크게 만드는 걸 원치 않으실 테고, 게다가 이번 일은 마님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떠밀 수도 없으니 어르신이 관아에 가신 틈을 타서 얼른 음식을 깨끗이 치워버린다면 봉효진은 반박할 여력이 없을 것이었다.
세 명의 호위무사는 집사의 분부대로 좌, 중, 우 세 등분으로 나뉘어 앞으로 뛰쳐 갔다.
봉효진이 손목을 움직이자 채찍은 독사처럼 헤엄쳐 왼쪽 호위무사의 목을 감았고 또 한 번 힘껏 휘두르자 가운데 있는 사람과 부딪쳤다.
오른쪽에 있던 호위무사는 그 틈을 타서 안으로 뛰쳐들어갔지만, 검은색 그림자가 날라오더니 그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호위무사는 너무 아픈 나머지 비명을 질렀고 허겁지겁 달려온 집사도 소스라치게 놀란 모습이었다. 호위무사의 목덜미에는 피범벅으로 된 살 한 점이 떨어져 나갔다.
검은 늑대가 호시탐탐 노리더니 늑대 특유의 울부짖음 소리를 냈고 호위무사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새끼 늑대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매서운 눈빛으로 돌변했다.
“경고하는데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의원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봉효진은 고개도 돌리지도 않은 채 그들에게 말을 내뱉었다.
공기 속에는 피비린내로 뒤섞여 있었고 그녀의 두 눈에도 살벌한 핏기가 어렸다. 복도의 풍등은 바람에 휘날리고 담벼락에는 불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커다란 회화나무잎 그림자가 그녀 얼굴에 드리워지니 더할 나위 없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들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감히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다.
그 시각, 선우 댁이 한 무리의 할멈과 시녀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도착했고 뒤에는 몇 명의 호위무사까지 따라붙었다.
장 어멈은 마치 구원받기라도 한 듯 서럽게 울부짖었다.
“마님, 살려주세요. 셋째 아씨가 소인을 죽이려고 하옵니다!”
선우 댁은 험악한 몰골을 한 장 어멈과 바닥에 쓰러진 호위무사들을 힐긋 바라보더니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그녀는 대뜸 봉효진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효진이 너 미친 거 아니야?”
봉효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오셨사옵니까, 부인.”
선우 댁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선우예슬이 아이를 가진 뒤로 봉효진은 줄곧 미친 사람으로 돌변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피범벅으로 된 장 어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코는 이미 떨어져 나갔고 바닥은 선홍빛 피로 물들었지만 희한하게도 장 어멈은 아직 기절하지 않았다.
“부인 조심하세요. 너무 가까이하시면 안 돼요. 검둥이가 사람을 못 알아보거든요.”
봉효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장 어멈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냐?”
선우 댁은 화가 잔뜩 치밀었고 봉효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부인의 지시를 받고 제 아침상에 독을 탔습니다.”
선우 댁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독을 타다니? 내가 언제 독을 타라고 지시했다는 말이냐?”
“부인이 아니라고요? 장 어멈이 부인이라고 말했사옵니다.”
봉효진은 차갑게 쏘아붙였고 장 어멈은 화들짝 놀라서 변명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저는 절대 부인이 지시한 일이라고 한 적이 없사옵니다.”
봉효진은 얼음같이 차가워진 눈빛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그럼 내 아침상에 독을 탄 건 승인한다는 말이구나.”
“그건 독이 아니라... 단장초즙이옵니다. 배만 아플 뿐이지 사람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는다고요.”
장 어멈은 나지막이 말했다.
봉효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장 어멈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올리고 험악한 몰골을 바라보았다. 봉효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나를 죽이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네게 인사치레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
“아니옵...”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봉효진은 이미 신속하게 장 어멈의 머리에 꽂혀있던 비녀를 뽑아 그녀의 입에 넣고 한바탕 휘저었다. 장 어멈의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고 봉효진은 비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장 어멈은 몇 번 울부짖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섬뜩한 이 장면에 선우 댁을 포함한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선우 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효진아, 너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무작정 장 어멈이 독을 탔다고 단정 짓고는 가혹한 처벌을 내렸구나. 국공 저택에 너처럼 잔인한 사람은 없느니라.”
봉효진은 다시 의자에 걸터앉아 아무런 대답 없이 손에 잡힌 채찍을 가볍게 휘둘렀다.
선우 댁의 뒤에 있던 이씨 할멈이 기고만장한 봉효진을 지켜보더니 사람들이 많은 틈을 타서 용기 내어 윽박질렀다.
“셋째 아씨, 어디 감히 마님 앞에서 행패를 부리옵니까?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것입니까?”
봉효진은 별안간 그녀를 쳐다보더니 독기 어린 매서운 눈빛으로 돌변했다. 이에 깜짝 놀란 이씨 할멈은 재빨리 선우 댁의 뒤로 숨어버렸다.
봉효진은 거만하게 웃으며 선우 댁을 한껏 깔보았다.
“부인 신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대체 있기는 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