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봄이를 쳐다보던 나는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다. 봄이의 얼굴이 미정이의 얼굴과 겹쳐 보이며 시공간을 넘나 들어 내 앞에 봄이가 아닌 미정이가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자가 바를 운영한다는 건 꽤나 큰 도전이기도 해. 하지만 그건 다른 일도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 밑에서 눈치보고 고생할 바엔 스스로 사장이 되어 주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주희야, 그거 알아? 난 희미한 불빛아래서 때론 또렷하게, 때론 흐릿한 상태로 있으면 그 순간엔 모든 불안한 감정들이 사라져. 그리고 가끔은, 보고 싶은 사람이 보이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