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소란스러운 일
최근에 일어난 일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처리할 방법을 찾으러 미정에게 갔다.
세월 주점.
아직 이른 시간대였기에 손님이 많지는 않았고 미정은 내게 칵테일을 따라줬다.
“어쩐 일로 온 거야? 무슨 일 있어?”
무대 위에서는 야한 폴 댄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귀를 울리는 음악 소리와 고함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고 입가에 대고 있던 칵테일을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고 싶었어.”
“부진호가 또 괴롭혔어?”
미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랑 도저히 못 지내겠으면 이혼해, 네 외모나 몸매로 남자가 부족하겠니? 왜 얼음조각 같은 남자하고 평생을 보내려고 하는 거야, 힘들지도 않아?”
미정은 언제나 단호한 편이었다. 그녀는 나와 오래 알고 지낸 절친이었기에 내가 부진호에 대해 망설이는 모습을 가장 싫어했다.
나는 가방 안에 있던 초음파 검사 결과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체념하듯 말했다.
“아무리 외모가 예뻐도 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남자가 받아들이겠어?”
그녀는 초음파 검사 결과를 가로챈 뒤 진지하게 읽고는 곧 눈을 크게 뜬 채 내게 물었다.
“6주라고? 너 부진호랑 스킨십도 없지 않았어? 어떻게 애가 생긴 거야?”
“지난달에 내가 술에 취해서 부진호가 데리러 왔던 날이 기억나?”
그녀의 손에 있던 결과지를 가져온 후 말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놀라서 할 말을 잃은 듯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오자 나도 막막해졌다.
“지워버려.”
미정이 입을 열었다.
“애초에 너는 부진호랑 어울리지도 않았어. 이제는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까 아이를 키우다가는 큰일이 생길 거야. 그럴 바에는 지워버려, 부진호랑 이혼해버리라고. 인생이 얼마나 긴데,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잖아.”
나는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주점에 손님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걸 보며 미정에게 말했다.
“가서 손님들 접대해, 나는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그녀도 내가 말을 듣지 않는 걸 보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째려보더니 내가 마시던 칵테일을 과일 주스로 바꿔버렸다.
밤이 깊었고 주점에는 손님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미정 또한 일이 바빠져서 나를 신경 쓰지 못했기에 구석에 앉아 멍이나 때리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에 움직이는 남녀들을 보며 정신이 나갈 듯했다.
그러다가 주점에 소란이 일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소란이 들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언제부터인지 주점에는 불량배들이 와있었고 몽둥이를 든 채 난동을 부렸다. 곧 꽤 많았던 손님들도 하나둘씩 떠났고 시끄럽던 음악도 꺼졌다.
나는 그저 구석에 앉아 있었다. 조명이 어두웠기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미정은 몽둥이를 든 불량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딱 봐도 트집을 잡으러 온 것이었기에 미정은 차분하게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소란을 피우러 온 건가요 아니면 즐기러 온 건가요?”
“트집 잡으러 온 거지, 아가씨, 자신 있으면 오빠들하고 놀아줄래?”
몽둥이를 들고 있던 불량배가 입을 열었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미정의 얼굴을 만졌다.
“팍.”
나는 그의 더러운 손이 미정에게 닿기도 전에 오렌지 주스가 든 유리잔을 던졌다.
갑자기 손을 맞은 불량배는 손을 움켜쥔 채 고통스럽게 외치기 시작했다.
“누가 던진 거야?”
“내가 던졌어.”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그들 사이로 가서 미정을 쳐다보자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야?”
내가 이미 간 줄 알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 있겠어?”
“바보야.”
미정은 내게 욕을 하고 내 앞을 막아서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 있다가 싸움이 일어나면 기회를 틈타 도망가.”
나는 그녀가 나를 걱정하는 걸 알았기에 별 말을 하지 않고 방금 유리잔에 맞은 불량배를 쳐다봤다.
“사내자식이 아가씨를 괴롭히는 게 맞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