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라희는 망설였다. 석용이 한 말이 다 맞았다. 그녀도 모두 생각했던 일이었다. 석용이 잡아끌다시피 남건을 끌고 나왔을 때, 그녀가 속으로 천만 번 되뇌었던 일들이 모두 허정안에 대한 불만과 원망으로 바뀌었다. 어두운 시선으로 보면 이 사진을 보낸 사람이 무슨 의도이든, 이 사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만약 허정안이 영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이런 것이 찍혔겠는가? 그녀가 처신을 잘하고 조신하게 굴었더라면 유부녀고 가정도 있는 여자가 어떻게 자꾸만 다른 남자와 밀회를 즐겼겠는가?
게다가 허정안은 이미 오랫동안 남건과 만나지 않았었다. 이는 남건의 최근 비정상적인 모습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 만약 선우라희였다면 남편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으면 그만이지, 굳이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석용은 이미 허정안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