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대표님이 내 남편?
오윤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제야 소미가 신경 써서 꾸미고 나온 이유를 깨달았다. 오늘 오후 인터뷰 상대가 성욱 그룹 대표이기 때문이었다.
성욱 그룹은 S시티에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3년 전, 갑자기 성립된 성욱 그룹은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S시티 금융계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뒤로 3년, 갑자기 나타난 이 회사는 더욱더 빠른 발전을 이룩했고 S시티에서 손꼽히는 재벌로 거듭나면서 순식간에 S시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3대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성욱 그룹 대표라는 인물은 회사보다 더 많은 호기심을 끄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3년이 되도록 이 대표의 신분은 물론이고 이름과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신비주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소미만 봐도 그랬다. 이번 인터뷰 상대가 성욱 그룹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온갖 신경을 써서 꾸미고 오지 않았는가.
오윤희는 빙그레 웃으며 농담조로 물었다.
“소미야, 그렇게 성욱 그룹 대표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그러다가 그 사람이 대머리 할아버지면 어떡하려고?”
“쳇! 안 믿어요!”
소미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소문에 성욱 그룹 대표는 아주 젊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최고의 남편감이라고 했다고요!”
기대에 찬 소미와는 다르게 옆자리 정 선배는 정색해서 말했다.
“이번 인터뷰, 어렵게 승낙받은 거야. 그러니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 이건 성욱 그룹 대표님의 첫 공식 인터뷰야. 만약 우리가 그분의 사진만 찍어 온다면 우리 잡지사 매출액은 창립 이래 신기록을 찍게 될 거라고.”
오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성욱 그룹 대표는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한 적 없었다. 그녀의 잡지사에서도 예전부터 인터뷰 제안을 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인터뷰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희소식은 편집장마저 한껏 들뜨게 했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빠르게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뒤, 오윤희, 정 선배와 소미는 사진작가와 함께 성욱 그룹으로 향했다.
성욱 그룹은 S시티 금융 중심 구역에 있었다. 1층 프런트와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오윤희와 잡지사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향했다.
“스타일 마인드에서 오셨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대표실 비서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마중을 나왔다.
“남 대표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그들을 이끌고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
‘남 대표님?’
오윤희가 잠시 멈칫했다. 베일에 싸인 성욱 그룹 대표가 그녀의 남편과 같은 성을 쓰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던 그녀였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소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오윤희의 손을 잡아끌며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지 않았냐고 물었다.
오윤희는 못 말린다는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
“하나도 안 망가졌어. 예뻐….”
말을 마친 오윤희는 호기심 어린 눈길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시선이 창가에 있는 남자에게 닿자 그녀는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소미의 시선도 남자의 몸에 닿았다. 순간 그녀는 여기에 온 목적도 잊은 채 낮은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성욱 그룹 대표가… 휠체어를 타고 있었어요?”
오윤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창가에 있던 휠체어가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순간 소미는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세상에, 성욱 그룹 대표님 너무 잘생겼잖아요! 아이돌보다도 더 잘생겼어요!”
소미는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잔뜩 들뜬 말투로 탄식했다.
하지만 지금 오윤희는 그녀의 과장된 표현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에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머릿속에 폭탄이 터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창밖의 햇살이 휠체어를 탄 남자의 완벽한 얼굴을 밝게 비추고 있었고, 남자는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남욱이었다.
‘성욱 그룹 대표가 남욱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