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반지가 참 예쁘네요
순간 오윤희는 심장이 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그녀는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애써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저는… 남 대표님처럼 훌륭하신 분은 이미 결혼하셨을 것 같은데요?”
질문을 마친 그녀는 죄라도 지은 것처럼 남욱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곧 짜증이 몰려왔다.
‘내가 왜 죄지은 사람처럼 굴어야 해? 신분을 숨긴 건 남욱이었잖아? 내가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모른 척한 것도 저쪽인데, 내가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
오윤희가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휠체어에 탄 남자는 그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남욱의 입꼬리가 슬며시 위로 올라갔다.
그는 오늘 인터뷰에 오윤희가 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스타일 마인드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전례를 깨고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그녀는 그를 오늘 처음 만났지만, 사실 3일 전부터 남욱은 선 자리에 나온 그녀를 주의 깊게 지켜봤었다….
비록 예전에 본 적이 없는 그녀였지만, 어쩐지 낯이 익어서 사람을 보내 그녀의 주변을 조사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오늘 구청 앞에서 온갖 욕을 먹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고, 재빨리 그녀를 기억해낸 남욱이 먼저 다가가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아까 일부러 난감한 질문을 한 것도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녀를 떠보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너무 긴장하고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사전에 조사했던 그녀의 과거와 대조했을 때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남욱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담담히 대답했다.
“네, 결혼했어요. 최근에요.”
남욱은 일부러 ‘최근에’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하며 오윤희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 오윤희는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녀가 대답도 하기 전에 옆에 있던 소미가 ‘아’하고 과장된 비명을 질렀다.
“남 대표님, 이미 결혼하셨어요? 많은 여성 독자분들의 가슴이 찢어지겠네요.”
소미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더니 수다스럽게 물었다.
“아내 되시는 분은 어떤 분이세요? 어느 가문 아가씨죠?”
“소미 씨!”
오윤희가 그런 소미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이는 사전에 없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너무 사적인 일이라 실례되는 물음이었다.
다행히 남욱은 화를 내기는커녕 담담히 미소만 지었다. 하지만 소미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네, 남 대표님 개인적인 질문은 이미 다 했고, 이제 일에 관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결혼에 대해 더 얘기하기 싫어진 오윤희는 얼른 인터뷰의 방향을 돌렸다. 이어지는 질문은 비교적 공식적인 질문이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인터뷰는 드디어 순조롭게 끝이 났다.
“귀사의 인터뷰에 응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인사를 마친 남욱은 매너 있게 그들과 악수했다. 하지만 오윤희와 악수할 차례가 되자 잠시 뜸을 들이더니, 검은 눈동자가 그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에 향했다. 남욱이 비스듬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반지가 참 예쁘네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른 오윤희는 얼른 손을 뺐다.
종종걸음으로 남욱의 사무실을 나온 오윤희는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소미는 아직도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세상에, 저 성욱 그룹 대표랑 악수했어요. 이번 주는 손 씻지 말아야지.”
오윤희가 어이없다는 눈길로 소미를 바라보며 얼빠라고 핀잔을 주려던 찰나, 남욱의 비서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정교한 박스가 들려 있었다.
“스타일 마인드 기자님들, 이건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작은 선물입니다. 받아 주세요.”
박스를 건네받은 소미는 더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세상에, 선물도 있어. 대표님 너무 자상하신 분이네요!”
말을 마친 그녀는 급급히 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샤넬 스카프가 들어 있었다.
“와, 역시 잘나가는 그룹의 대표님이라 통이 크시네요!”
소미가 한껏 들떠서 요란스럽게 떠들었다.
“서로 다른 컬러네요. 윤희 언니, 언니도 열어봐요. 무슨 컬러인지 보여 줘요.”
오윤희는 열어보기 귀찮았지만 소미의 재촉에 못 이겨 박스를 열었다. 하지만 박스 안의 물건을 확인한 그녀는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재빨리 박스를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