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가장 귀한 손님
“어이쿠, 너희들 진짜로 왔냐?”
비웃음 소리와 함께 이천호 일행도 도착했다. 그들은 모두 손에 술과 차 그리고 산삼 같은 선물을 들고 있었다. 이씨 가문은 연회에 참석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군신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가겠다는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몽월은 일부러 약 올리듯 이자염 앞으로 와서, 실실 웃으며 물었다.
“자염아, 정말로 왔네! 초대장 좀 보여줘. 위조된 초대장이면 어떡하려고. 창피 당하기 전에 내가 한번 봐줄게.”
이몽월과 장송 등은 엽군림이 초대장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재주로?
연회 초대장을 구해온다고?
웃기는 소리!
“나는…”
이자염은 대답을 망설였다. 초대장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이몽월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또 숨겨? 너희 초대장은 금으로 만들었어? 한번 보는 것도 안돼?”
이자염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문연 부부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이천호의 목소리가 울렸다.
“문연아 너희 초대장 내놔 보거라.”
“아버지 저는…”
이문연이 당황했다.
“왜, 나한테도 못 보여줘? 당장 초대장 내놔 봐.”
아버지가 화를 내며 호통치자 이문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실직고했다.
“아버지 저희는 초대장 없어요…엽군림이 저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거예요…”
“하하하하…”
장송과 이몽월 등은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즐거워 죽을 것 같았다.
이천호가 아들 이문연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이 멍청한 놈! 너 같은 아들이 있다는 게 나는 너무 창피하다.”
사람들의 비웃는 눈빛과 무정한 웃음 소리를 느끼며, 이문연은 엽군림에게 몹시 화가 났다.
이번 일로 이씨 가문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나마 있던 존엄마저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자염도 엽군림이 몹시 미워졌다. 앞으로 이씨 가문에서 그들의 지위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생겼다.
“초대장도 없으면서 연회에 참석하겠다고?”
“내가 하나 알려 줄게. 너희 일가족은 평생에 저 문턱도 들어서지 못 할 거야.”
장송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몽월이 이천호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 빨리 들어가요. 저 집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 안돼요.”
“그래, 창피하니까 아는 척하지 말자.”
이씨 가문 사람들은 짜증나는 눈빛으로 엽군림 등을 보더니, 서둘러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이문연이 막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할 때 엽군림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지켜 보세요, 저 사람들 못 들어가요.”
백운 리조트 문 앞에는 수십 명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현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보안팀 대원들이었다.
장송은 12장의 초대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장송은 허리를 곧게 펴고, 자랑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번에 12장의 초대장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곧 보안 요원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연회 참석 자격이 취소되어, 입장할 수 없습니다.”
“뭐?”
장송 등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천호가 따져 물었다.
“그럴 리가 없어. 이건 어제 강북 오피스 빌딩에서 오 비서가 직접 가져온 초대장이야.”
장송이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내 초대장이야. 당장 날 입장시켜! 나는 당신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타닥!
보안 요원이 갑자기 경찰봉으로 장송의 머리를 겨누었다.
“사람 말 못 알아들어? 당신들 입장할 수 없다고, 꼭 내가 무력을 사용해야겠어?”
차가운 경찰봉이 머리를 겨누는 바람에 장송은 놀라서 오금이 저렸다.
그러나, 많은 이씨 가문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장송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한번 때려 보시지! 내가 누군지 알아? 일개 군인이 나를 때려? 나 당신들 상사하고 아는 사이야.”
퍽!
보안 요원이 바로 경찰봉으로 장송을 내리쳐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장송은 순간 겁이 나 오줌을 지렸다!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그의 바짓가랑이에서 누런 액체가 흘러나왔다…
이씨 가문 사람들도 말할 것 없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아직도 안 꺼져?”
보안 요원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장송을 끌고 멀찍이 도망갔다.
“자네 말대로 정말 못 들어갔어.”
이문연도 눈 앞의 장면에 겁을 집어 먹었다.
엽군림이 웃으며, 이자염의 손을 잡았다.
“우리 들어갈 차례야.”
“안돼! 너는 겁 안 나냐? 장송도 못 들어가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어?”
이문연 부부가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이자염이 몸을 떨며 말했다.
“그래, 우리는 초대장도 없는데, 들어갈 수 있어?”
“당신 나한테 마지막 기회 준다고 했잖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
엽군림이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좋아, 나는 당신을 믿어!”
이자염이 엽군림의 손을 꼭 쥐었다.
네 사람이 입구의 보안 검색대로 갈 때, 이몽월의 목소리가 울렸다.
“군인 아저씨들, 그 사람들 이씨 가문 사람들이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진작에 가문에서 쫓아냈어요. 우리하고 아무 상관도 없어요.”
이천호도 급히 말했다.
“맞아요. 그 사람들 우리 이씨 가문하고 상관없으니, 우리까지 벌하지는 마시오.”
엽군림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한심한 사람들!
보안 검색대에 도착했을 때, 이자염은 심지어 눈을 감았다.
오늘 죽으면 죽지 뭐. 창피당하는 것보다는 나아!
이문연 부부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천호 등은 떠나지 않고, 엽군림 등 네 사람이 망신 당하는 것을 보기 위해, 멀리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엽군림 님, 이자염 님, 네 분은 입장 가능하십니다. 네 분은 가장 귀한 고객님입니다. 초대장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개 쫓기듯 쫓겨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귓가에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자염은 눈을 떴고, 십여 명의 보안 요원들이 두 줄로 서서 그들에게 예의 갖춰 목례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자염네 세 식구는 그렇게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백운 리조트로 들어왔다.
바깥에서 우스운 꼴을 보려고 숨어있던 이천호와 일행들은 모두 굳어진 표정으로 멍해져 있었다.
“들…들어갔어? 이게 어떻게 가능해?”
사실, 이씨 가문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바라보며, 이자염과 그녀의 부모는 마음 속으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문연이 좌우를 둘러보며,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그냥 들어오는 거야? 자네 어떻게 한 거야?”
그들은 사위가 그래도 좀 쓸만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실추된 체면을 그나마 조금 회복했다.
기분이 좋아진 조아란이 보기 드물게 엽군림 편을 들며 말했다.
“군림이도 전에 강북에 인맥이 있었잖아요.”
엽군림이 웃었다.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친구가 있어요.”
이자염은 의심스런 눈으로 엽군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엽군림이 곤경에 빠졌을 때,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는 친구가 없었던 것을 그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도와주기는커녕 돌을 던지는 사람들만 잔뜩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누가 그를 도와준다고?
이자염네 세 식구는 백운 리조트의 풀 한 포기라도 밟을까 조심조심 움직였다.
이런 장소에 오는 사람들 누구한테도 잘못 보여서는 안된다.
“이자염 너 같은 사람도 이런 곳에 올 수 있어? 내가 잘못 본거 아니지?”
갑자기 뒤에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자염은 다가온 사람들을 보자마자, 두 눈에 짜증이 묻어났다.
슈트를 잘 차려 입은 딱 봐도 신분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 서너명이 서있었다.
제일 앞장 선 남자는 천방 그룹 회장의 아들인 육창원이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자염을 눈독 들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뿌려 이자염과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으나, 이자염은 수 억원을 도로 던져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구겨진 육창원은 원래 잘 운영되고 있던 이자염의 회사를, 술수를 써서 파산시켰다.
“내가 왜 못 오는데?”
이자염이 냉랭하게 말했다.
육창원이 엽군림을 훑어보았다.
“이사람이 그 전과자 남편이야? 설마 이 사람이 너를 데리고 들어왔어?”
육창원이 이자염 옆으로 다가오더니 음탕하게 웃었다.
“당신들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내 능력으로 당신 남편을 다시 감옥에 들어가게 할 수 있어. 잘못하면 20년을 가둬둘 수도 있지.”
이자염은 육창원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다.
그는 그만한 수단과 능력이 있었다.
이자염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육창원이 계속 말했다.
“당신이 나한테 온다면, 저 사람을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아니면 내가 반드시 저 사람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