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개 쓰레기 같은 오빠들, 갖고 싶은 사람이나 가지라 그래
편견에 찬 부모와 오빠들에게 윤혜성은 정말 일말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친척 없는 걸로 하는 게 훨씬 속 편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다섯째 오빠 때문에 길을 잃었고 인신매매범들에게 붙잡혀 산속으로 팔려가 어린 신부가 될 뻔 했다.
스승님이 그녀를 구해주었고 입양해준 덕에 비참한 삶을 살지 않았다.
윤혜성의 말에 가족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윤혜성이 정말로 자신들과 인연을 끊고 김 씨 가문을 떠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서윤은 서주희의 팔에 기대어 눈을 살짝 움직였다.
그녀는 죄책감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윤혜성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떠나야 할 사람은 나야. 미안해, 네 자원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어, 그 버라이어티 쇼가 좋아서 둘째 오빠가 너를 찾아간 거야. 나 그 버라이어티 쇼 안 나가도 되니 화내지 마, 부모님과 오빠들을 화나게 하고 싶지는 않아.”
겉으로는 죄책감을 느낀 척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윤혜성의 프로그램을 일부러 훔치려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고 그에 더해 사려 깊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 씨 가족 앞에서 윤혜성이 가족과의 관계를 끊고 김 씨 가족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 씨 가족의 얼굴은 모두 어두워졌다.
윤혜성은 김서윤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진무구한 표정 내 앞에서 짓지 마, 역겨워.”
가족간의 애정을 완전히 포기한 그녀는 이제부터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려 한다. 그러니 김서윤에게 더이상 예의 차릴 필요도 없다.
“넌 1년 전에도 떠나겠다고 했었어, 근데 여전히 이 집에 남아 있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후퇴하는 전략 같은 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척 하지마.”
그리고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한테 찾아와서 양보해 달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뻔하지. 말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앞장서서 네가 원하는 걸 네 앞에 바칠 테니까. 더이상 이렇게 내 앞에서 착한 척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신경쓰는 사람들, 이제 나한텐 아무것도 아니거든.”
이 말 한마디에 김 씨 가족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김서윤 또한 화를 참기 위해 애를 썼다. 그녀는 급히 얼굴을 어머니 품에 묻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오빠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윤혜성이 오늘 미쳤나봐, 아주 그냥 대놓고 싸우려 하네, 말도 엄청 더럽게 하고.’
윤혜성이 받아친 말에 매우 화가 났지만, 이런 말 덕분에 김 씨 집안이 그녀를 더 미워할 것이라는 것을 의식한 그녀는 화를 억지로 참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주희는 화를 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어!”
윤혜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가족이 없어서 예의라는 걸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서주희는 실망에 찬 눈빛으로 윤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우리 탓을 하는 거야? 너를 다시 데려오지 말았어야 해. 지난 1년동안 우리가 너한테 해준 보상이 얼만데, 뭘 더 바라니? 왜 서윤이랑 싸우려는 거야? 그냥 화해하고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면 안 되니? 네가 친딸이긴 하지만 그동안 너 대신 우리 곁을 지킨 건 서윤이고, 우리 마음속에서 서윤이는 내 딸이자 김 씨 가족의 중요한 일원이야.”
예전 같았으면 윤혜성은 이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겠지만 지금의 그녀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제가 대체 뭘 어떻게 싸웠다는 거죠? 제가 돌아온 후로부터 당신들은 제가 하는 모든 짓이 경쟁을 위해서이고 제 것이 아닌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몰아갔잖아요.”
그녀는 차갑게 서주희를 바라봤다.
“피해 망상증이 있으시다면 병원 가서 의사 보셔야죠, 저랑 이렇게 대화하는 게 아니라. 같이는 못 가줘서 미안해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이젠 역겹거든요.”
그녀는 가방에서 은행 카드를 꺼내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테이블 위에 던지며 말했다.
“보상금이랍시고 제게 준 돈, 여기 있어요, 한 푼도 안 썼습니다.”
이 카드에는 김서윤의 한 달치 용돈만도 못하는 2억이 들어 있었는데 이것을 보상금이라고 그녀에게 줬었다.
“김 씨 집안에 들어온 뒤로 집사가 사준 물건은 하나도 가져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사용한 것은 현금으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방에서 쓴 종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김 씨 집안에서 1년 넘게 살면서 먹은 음식과 입은 옷값을 세어보니 2천만 원 정도 되네요, 여기 자세한 목록이 있어요. 방금 이 카드로 2천만 원을 이체했으니 이제부터 김 씨 집안과 저는 더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겁니다.”
빚진 돈은 갚으면 그만이지만, 김 씨 가족이 그녀에게 빚진 것은 영원히 갚아야 할 빚으로 남았다.
윤혜성의 행동에 김 씨 가족은 약간 당황했다.
서주희는 줄곧 순종하던 윤혜성이 이렇게 반항적이고 불순종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손을 뻗어 식탁을 내리치면서 말했다.
“좋아, 나가고 싶으면 나가. 하지만 오늘 김 씨 집의 문 밖으로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을 거야.”
그녀는 자신의 딸이 정말로 김 씨 가족과 그들을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서윤의 말처럼 이것은 그들을 협박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난리 치는 윤혜성을 내버려 두면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게 뻔하다.
서주희가 윤혜성에게 나가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정말로 나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 더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윤혜성 역시 그 말을 듣자마자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제 발로 나간 집을 제가 왜 돌아옵니까?”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돌아서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발길을 서둘렀다.
이를 본 아버지 김태수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그만해, 그 버라이어티 쇼, 서윤이는 더이상 출연하고 싶다고 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도 네 둘째 오빠를 시켜 너한테 더 좋은 프로그램과 일거리를 주도록 할게.”
아무리 그래도 친딸인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게다가 돌아온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가족과 연을 끊겠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김 씨 집안은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윤혜성은 아버지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지금 일거리로 저를 모욕하시는 건가요?”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우리가 널 데려왔으니 우리가 끝까지 책임질 거라는 거야.”
윤혜성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책임감이 강하시네요, 지난 1년동안 당신네들이 행사한 무언의 폭력과 협박, 원망과 무시하는 태도가 책임을 진 거였다면 이미 충분히 경험했어요.”
아버지는 태도가 완강한 윤혜성의 모습을 매우 불만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확실히 그는 평소 매우 바빴고 실제로 지난 1년동안 친딸을 많이 소홀히 했다.
“관계를 끊어 주세요. 제가 원하는 건 이거 하나예요. 앞으로도 서로 연락하지 말아 주시고요.”
김태수는 윤혜성의 태도에 화가 났고 김 씨 집안 다섯 오빠의 얼굴은 모두 흉측했다.
특히 김 씨 다섯 번째 오빠인 김시우는 화가 난 표정으로 윤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일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탓하고 있고, 이 일을 이용해 우리가 타협하게 만들려는 거잖아. 맨날 서윤이와 경쟁하고.”
윤혜성은 김시우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오빠 탓하면 안 되? 그때 오빠가 나를 잃어버려서 내가 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가 어린 신부로 팔려갈 뻔했잖아. 그때 나를 잃어버려서 고맙다고 해야 한다는 뜻이야?”
김시우의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네가 팔릴 뻔했다는 사실도 몰랐어.”
윤혜성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말 한 마디로 잃어버린 그 시간을 되돌려 줄 수 있어?”
김시우는 확실히 다른 네 오빠와 부모에 비해 그때의 잘못을 만회하려는 듯 더 많은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다.
그러나 그녀와 김서윤이 싸우는 날에는 항상 김서윤 편에 섰다.
그러니 이런 개 쓰레기 같은 오빠들, 갖고 싶은 사람이나 가지라 그래.